최근 다이어트로 10kg이상 감량한 와이프가 어지럽다고 하여 같이 병원에 갔습니다. 혈액검사를 하곤 빈혈판정을 받았습니다. 철분제를 처방받았습니다. 빈혈이라고 하면 단순히 피가 부족한 증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혈액 속 산소 운반 기능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 상태를 의미합니다. 적혈구 수 또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보다 낮아지면 조직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피로감, 어지럼증, 창백함 등의 다양한 증상이 발생합니다. 빈혈은 원인과 기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며, 그에 따른 증상과 치료법도 매우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표적인 세 가지 빈혈인 철분 결핍성 빈혈, 악성 빈혈, 그리고 용혈성 빈혈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고, 각 빈혈의 특징과 대응 방법까지 알아보겠습니다.
철분 결핍성 빈혈 - 가장 흔한 유형의 원인과 대응법
철분 결핍성 빈혈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빈혈로, 전체 빈혈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철분은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산소를 폐에서 신체 각 조직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철분이 부족해지면 헤모글로빈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고, 결국 적혈구의 기능도 저하되어 빈혈이 발생하게 됩니다. 주된 원인은 철분 섭취 부족, 만성 출혈(위장관 출혈, 과다한 생리 등), 흡수 장애, 성장기 및 임신 중 수요 증가 등이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생리나 출산으로 인해 철분 손실이 많고, 남성보다 철분 결핍에 더 취약한 편입니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며, 진행되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손톱이 잘 부러지거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기도 합니다. 또 빈혈이 심해질수록 두통, 어지럼증, 호흡 곤란, 빠른 심장 박동 등의 증상도 동반됩니다. 치료는 철분 보충이 핵심입니다. 경구용 철분제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흡수율이 높은 헴철 제품이 권장됩니다. 철분 흡수를 높이기 위해 비타민 C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고, 칼슘이나 커피·녹차 같은 탄닌류는 흡수를 방해하므로 동시에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식이요법으로는 붉은 육류, 간, 굴, 시금치, 달걀노른자, 해조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주사제를 통한 철분 보충이 필요하며, 위장 출혈 등이 원인이라면 그에 맞는 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철분제를 일정 기간 복용한 후에도 빈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재검토해야 하며, 주기적인 혈액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악성 빈혈 - 비타민 B12 결핍이 불러오는 신경 증상과 치료
악성 빈혈은 비타민 B12(코발라민)의 결핍으로 인해 적혈구 생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빈혈로, 자칫 방치할 경우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악성 빈혈이라는 명칭은 과거 치료법이 없어 치명적이었던 데서 유래했으며, 지금은 적절한 치료로 관리가 가능합니다. 비타민 B12는 DNA 합성과 적혈구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위장에서 내인자(intrinsic factor)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흡수됩니다. 위 절제 수술을 받은 사람이나 위축성 위염,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 내인자 생성이 감소해 B12 흡수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채식주의자나 고령자도 식이 섭취 부족으로 인해 결핍될 위험이 높습니다. 주요 증상은 일반적인 빈혈 증상(피로, 창백함, 숨 가쁨 등) 외에도, 혀가 붉고 아프거나 미각이 둔해지며, 소화불량이나 설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신경계 이상입니다. 손발이 저리고 마비되는 감각 이상, 균형 감각 상실,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우울감 등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은 진행되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는 비타민 B12 주사로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매주 또는 매일 주사를 맞고, 이후 안정화되면 한 달에 한 번 또는 경구용 B12 보충제로 관리하게 됩니다. 위장 내 흡수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 주사치료를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 등 B12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채식주의자라면 B12 보충제를 반드시 복용해야 합니다. 또한 고령자는 위 기능 저하로 흡수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B12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손발 저림이나 신경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늦지 않게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입니다.
용혈성 빈혈 - 적혈구 파괴에 의한 위험한 빈혈 유형
용혈성 빈혈은 생성된 적혈구가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면서 생기는 빈혈입니다. 정상적인 적혈구 수명은 약 120일이지만, 용혈성 빈혈에서는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적혈구가 파괴되어 혈액 내 산소 운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자가면역질환, 세균 감염, 약물 반응, 화학물질, 기계적 손상(예: 인공 심장판막), 유전적 질환(겸상 적혈구 빈혈, 지중해빈혈 등)이 대표적입니다.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은 면역계가 자신의 적혈구를 공격하는 것이 원인이며, 유전성 질환은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빈혈 공통 증상 외에도 황달(피부·눈이 노랗게 변함), 소변이 갈색 또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증상, 비장이 커지는 증상(복부 팽만), 심한 피로감 등이 있습니다. 급성 형태의 경우 고열, 호흡곤란, 쇼크 증상까지 나타나며, 신속한 응급조치가 필요합니다. 진단은 혈액 도말 검사, 빌리루빈 수치 확인, 망상적혈구 수치, LDH, 하플로글로빈 검사 등 정밀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며, 자가면역성이라면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필요시 면역글로불린이나 혈장교환술이 시행됩니다. 유전성 용혈성 빈혈의 경우 완치는 어렵지만, 정기적인 수혈과 철분 과다 방지를 위한 킬레이트 요법, 감염 예방 백신 접종 등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겸상 적혈구 빈혈 환자는 감염에 매우 민감하므로 예방 조치가 중요하며, 심한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이 고려되기도 합니다. 용혈성 빈혈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증상이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하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한 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빈혈이라고 하면 단순히 피로감의 문제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빈혈은 체내 산소 운반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입니다. 무조건 철분제만 먹으면 회복되는 것이 아닌 원인에 따라 증상과 치료법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정밀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빈혈을 과소평가하거나 단순한 영양 결핍으로 생각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회복이 어려운 신경계 이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평소 식습관 관리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빈혈을 예방하고,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