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한통사면 세명인 우리 가족은 한 번에 다 먹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박을 잘라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습니다. 수박은 여름철 대표 과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습니다. 시원하게 먹기 위해 칼로 자른 후 냉장보관하는 일이 흔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식중독균 번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냉장고 속에서 수박의 세균 감염 위험성과 한국소비자원의 실험, 세균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수박 섭취와 보관요령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박 표면 세균과 감염 위험성
수박은 밭에서 직접 자라기 때문에 껍질에 다양한 세균이 묻어 있을 수 있습니다. 수박 표면은 흙과 자주 접촉하며 성장하고, 수확 이후에도 운반 및 유통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리스테리아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식중독 유발 세균이 표면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표면의 세균이 수박을 자르는 과정에서 과육 안으로 전이된다는 점입니다. 칼이나 도마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거나, 수박을 씻지 않은 상태에서 자르면 세균이 칼날을 통해 과육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냉장보관을 하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리스테리아균은 영상 0~4도의 냉장온도에서도 생존하며 번식할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히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해서 세균 번식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냉장고에 있던 수박을 먹은 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돼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사례가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는 수박이 단순한 과일이 아닌, 부적절하게 손질 및 보관할 경우 감염 위험이 존재하는 식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식중독 증상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 임산부 등은 감염 시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수박은 시원하고 맛있지만, 단순히 ‘자르고 냉장’하는 습관이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보관 전에 반드시 세균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험 결과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수박 보관 실험은 충격적입니다. 실험에서는 씻지 않은 수박을 반으로 자른 뒤 랩으로 감싸 냉장보관한 경우와, 조각낸 후 밀폐용기에 보관한 경우의 세균 증식 정도를 비교했습니다. 실험 결과, 랩으로 감싼 반쪽 수박의 표면에서 검출된 일반세균 수는 보관 7일 후 약 42만 CFU/g에 달했습니다. 이는 자르기 직전 세균 수 140 CFU/g와 비교할 때 약 3000배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랩으로 감싼 상태에서는 외부 공기와의 접촉은 차단되었을지 몰라도, 수박 껍질에 남아있던 세균이 내부로 옮겨가고, 이후 습한 환경 속에서 빠르게 증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수박을 조각낸 뒤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한 경우, 7일 뒤의 평균 세균 수는 500 CFU/g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처음 측정값보다 약 3.5배 늘어난 수치지만, 반으로 자른 수박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이 실험에서 주목할 점은 냉장보관이 전제된 실험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냉장고에 넣는 것만으로는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없으며, 수박을 어떤 방식으로 손질하고, 어떻게 보관하느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해당 실험은 멸균된 조리도구와 일정한 냉장온도(4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세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습니다. 실험 환경보다 위생관리가 부족한 현실에서는 교차오염의 위험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박은 처음 손질하는 순간부터 철저히 관리되어야 하는 민감한 식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균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수박 섭취와 보관 요령
수박을 보다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손질 전 준비 과정부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수박과 같은 멜론류를 다루기 전 반드시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고, 사용할 칼과 도마를 살균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수박의 표면은 육안으로 보기에는 깨끗할 수 있으나, 미세한 틈새에 세균이 남아있을 수 있어 과일용 전용 솔을 사용해 전체를 문질러 씻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깨끗한 타월이나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아낸 후 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른 수박을 보관할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보관해야 할 경우에는 수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반으로 잘라 랩으로 감싸는 방법은 수박 속 수분이 증발하며 표면에 수분막이 생기고, 이 환경이 세균 증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냉장고 안의 다른 식재료와 수박이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구획을 나누거나 별도의 전용 칸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는 것도 온도 변화로 인해 세균 증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수박은 냉장고 안쪽 깊은 곳, 온도 변화가 적은 위치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관 중인 수박의 표면에서 점액질이 보이거나, 색이 변하거나, 신 냄새가 나는 경우에는 섭취하지 않고 폐기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이미 내부에서 세균 번식이 시작됐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박은 단순히 더운 날 갈증을 해소하는 과일이 아니라, 조리와 보관 과정이 중요한 식품입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건강하게 즐길 수 있지만, 방심하면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합니다.
여름철 시원한 수박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잘못된 보관 방식은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수박을 손질할 때부터 철저한 위생 관리를 하고, 밀폐용기를 이용해 보관하는 것이 세균 번식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수박을 보관할 때 비닐에 껍질채 넣어 두곤 했습니다. 세균번식에 굉장히 취약하고 위험한 방법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 당장 냉장고 속 수박, 어떻게 보관하고 계신지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