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영유아 예방접종의 종류와 한국과 미국의 차이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예방접종은 ‘필수 예방접종’과 ‘선택 예방접종’으로 나뉩니다. 그러나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지, 선택 예방접종은 정말 선택해도 되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필수와 선택 예방접종의 정의, 구성 항목, 접종 시기, 비용, 중요도 등을 체계적으로 비교해 설명하며, 부모가 보다 현명하게 접종 일정을 계획할 수 있도록 알아보겠습니다.
필수 예방접종: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 백신
‘필수 예방접종’은 질병관리청이 주도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에 따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제공되는 백신을 의미합니다. 이 예방접종들은 전염력이 높고, 유행 시 심각한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감염병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접종을 권장하며, 지정된 접종 시기에 맞춰 무료로 실시됩니다. 필수 예방접종은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생후 12세까지 진행되며, 접종 누락 시 감염병 확산뿐만 아니라 개인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제공되는 필수 예방접종은 총 17종으로, B형간염, 결핵(BCG),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IPV(폴리오), Hib(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 폐렴구균, 로타바이러스, MMR(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수두, A형간염,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이 예방접종은 보건소뿐 아니라 국가와 계약을 맺은 지정 의료기관에서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접근성이 높습니다.
특히 로타바이러스, 폐렴구균, Hib, BCG 등은 생후 2개월부터 6개월 사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며, 아이의 면역 체계가 완전히 형성되기 전까지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DTaP와 같은 일부 백신은 초기 3회 기본 접종 후 일정한 간격으로 추가 접종이 필요하며, B형간염은 출생 직후부터 3차까지 맞게 되어 있습니다.
필수 예방접종은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예방접종도우미(www.nip.kdca.go.kr) 시스템을 통해 접종 이력 확인, 알림 문자 수신, 누락 방지까지 가능하도록 지원되고 있습니다. 즉, 필수 예방접종은 단순히 권고 사항이 아닌, 국민 전체의 건강과 집단면역 확보를 위한 핵심 시스템인 셈입니다.
선택 예방접종: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할 예방 백신
선택 예방접종은 말 그대로 국가가 ‘필수’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의료 전문가가 필요에 따라 접종을 권장하는 백신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선택 예방접종은 특정 연령대, 생활환경, 해외여행 여부, 기저질환 유무 등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지며, 접종 여부와 시기는 보호자의 판단과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표적인 선택 예방접종 항목으로는 수막구균 백신, 장티푸스 백신, 대상포진 백신, B형간염 추가 접종, 독감 고용량 백신, 코로나19 백신 등이 있으며, 어린이에게는 노로바이러스 백신이나 HPV 백신(9세 이상 청소년 대상)이 선택 접종으로 안내되기도 합니다. 이 백신들은 감염되었을 때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질환이지만, 국내 유행 빈도가 낮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필수 항목으로 지정되지는 않은 것입니다.
선택 예방접종의 가장 큰 특징은 비용 부담입니다.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병의원에서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접종 가격은 병원별로 차이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수막구균 백신은 1회 접종 비용이 10~15만 원 수준이며, HPV 백신은 2~3회 접종에 30만 원 이상이 들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접종을 망설이거나 뒤로 미루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택 예방접종이라도 감염병의 위험성과 아이의 건강 상태에 따라 꼭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집단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집 입소 전,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 경우, 만성질환이 있거나 미숙아였던 경우에는 선택 예방접종 항목 중 일부를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국 선택 예방접종은 ‘선택’의 의미가 있지만, 방치할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보 수집과 의사 상담을 통해 필요성을 판단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필수와 선택 예방접종,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가?
많은 부모들이 “어떤 예방접종이 필수고, 어떤 것이 선택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구분은 단순히 ‘중요한 것 vs 덜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예방접종이 필수인지 선택인지는 해당 질병의 전염성, 중증도, 국내 유병률, 백신의 안전성,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가 결정합니다.
즉, 필수 예방접종은 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만큼 감염 위험이 높고, 빠르게 퍼질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백신입니다. 반면 선택 예방접종은 특정 환경에서만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발병률은 낮지만 감염 시 심각한 질환일 경우에 고려되는 접종입니다. 이러한 기준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로 과거에는 선택 접종이던 백신이 현재는 필수로 전환된 경우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A형간염과 로타바이러스 백신입니다.
또한 백신 수급 상황이나 의료재정 여건, 국민 건강 수준, 과학적 근거가 변화함에 따라 분류 기준도 조정됩니다. 예컨대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초기에 선택 접종이었으나 전 세계 대유행 이후 일부 연령대에선 사실상 필수에 가까운 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결국 ‘필수 vs 선택’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정책적 판단이며, 부모 입장에서는 각 백신의 역할과 질병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녀의 상태와 생활 환경에 맞춰 예방접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의 상담은 이런 판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필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더 중요하고, ‘선택’이라서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방접종은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으며, 향후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필수 예방접종은 반드시 국가 일정에 따라 빠짐없이 맞추고, 선택 예방접종은 자녀의 생활 환경과 질병 노출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단순히 비용이나 남들도 안 맞췄다는 이유로 접종을 미루기보다는, 의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백신의 필요성을 평가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