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영유아 예방접종의 종류와 시기, 막을수 있는 질병등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영유아 예방접종은 각국의 보건정책과 질병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체계를 가지고 운영됩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모두 선진국이지만, 접종 항목과 주기, 정부 지원 범위 등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부모 입장에서는 궁금증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예방접종 체계의 차이를 항목별로 비교하고, 그 배경과 실제 접종 환경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예방접종 항목 및 국가 지원 범위 비교
한국과 미국 모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 스케줄을 국가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제공되는 백신 종류와 비용 지원 범위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경우 ‘국가필수예방접종(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이라는 제도를 통해 생후 0개월부터 만 12세까지의 어린이에게 무료로 백신을 제공합니다. 제공 항목은 B형간염, BCG, DTaP, IPV, Hib, 폐렴구균, MMR, 수두, 일본뇌염, A형간염 등 약 17종이며, 대부분 보건소 또는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상으로 접종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Recommended Child and Adolescent Immunization Schedule’이라는 가이드를 통해 접종 항목이 정해져 있으며, 백신 항목 자체는 한국보다 더 많고 세분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2~3회 접종하도록 하고 있으며, HPV 백신 또한 9세부터 접종이 권장됩니다. 하지만 미국은 접종 자체가 전면 무상은 아니며, 보험이 없는 경우 비용 부담이 상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백신 선택의 자유가 더 큰 편이라 일부 주에서는 특정 백신 접종을 종교적, 철학적 이유로 거부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보건소 연계 시스템과 문자 알림 시스템 등을 통해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국가의 의료보장제도와 질병 발생률, 법적 프레임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예방접종 스케줄 및 접종 시기 차이
예방접종의 시기와 간격 또한 한국과 미국은 유사하면서도 세부적으로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한국은 질병관리청(KDCA)에서 공식 예방접종 일정표를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백신은 생후 12개월 이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DTaP는 생후 2, 4, 6개월에 1차~3차 접종을 완료하고, 15~18개월에 4차, 만 4~6세에 5차 접종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집단 면역을 빠르게 형성하고 감염병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반면 미국은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제시하는 예방접종 스케줄에 따라 백신이 배치되며, 로타바이러스나 폐렴구균과 같은 백신도 생후 2개월부터 시작되지만 접종 간격이나 횟수에 있어서는 국가마다 약간의 유연성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Hib 백신은 미국에서는 백신의 종류에 따라 접종 횟수가 3~4회로 다르고, 일부 백신은 선택 접종으로 안내되기도 합니다.
또한 미국은 백신 접종 시기에서 ‘윈도우(허용 기간)’의 개념이 있어 정해진 기간 내 접종하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며, 간혹 일정이 미뤄져도 융통성 있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정해진 시기를 엄격히 지켜야만 국가 무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일정이 어긋날 경우 추후에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미국은 각 주마다 예방접종 정책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추가 접종이나 면제 가능 여부도 달라지는 반면, 한국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기준과 일정이 적용됩니다. 이처럼 스케줄 차이는 질병 유행 현황, 의료 인프라, 백신 제조사의 다양성 등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예방 가능한 질병과 백신 접근성
예방접종의 최종 목적은 감염병을 예방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 간 보건환경의 차이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집단생활이 많고 보건의료 접근성이 좋은 편이어서 홍역, 수두, 일본뇌염, A형간염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흔한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 비중이 크며, 높은 접종률을 기반으로 집단 면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이민자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각기 다른 백신 이력이 있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보다 폭넓은 감염병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Tdap(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혼합백신)이나 HPV(자궁경부암 백신), 수막구균 백신 등은 청소년기까지 포함하여 매우 적극적으로 권장되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특정 백신을 완료하지 않으면 학교 입학이 거부되기도 합니다.
또한 백신 접근성에 있어서도 한국은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누구나 쉽게 접종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의료보험 유무에 따라 접종 비용이 다르며, 지역에 따라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민간 보험이 없는 가정에서는 예방접종조차 받기 힘든 현실도 존재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은 VFC(Vaccines for Children)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가정이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한국은 균일한 의료 접근성과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을 통해 높은 예방접종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다양한 인구 구성과 지역 간 의료 격차 속에서도 폭넓은 백신 항목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감염병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국의 접근 방식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각각의 보건 체계와 사회적 배경 속에서 영유아 예방접종 시스템을 구축해왔으며,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무료접종 체계와 전국적인 일정 통일성을 통해 높은 접종률을 유지하는 반면, 미국은 보다 다양한 백신을 제공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주별 시스템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국내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해외 이주나 여행을 고려하는 경우 미국의 예방접종 스케줄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보에 기반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