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허리 통증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생명을 위협하는 복부 대동맥류였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습니다. 자칫 단순 요통으로 오인되기 쉬운 이 질환은 증상이 모호하고 조용히 진행되다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복부 대동맥류의 위험성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보겠습니다.
허리통증의 함정, 늦어진 진단의 대가
허리통증 중 가장 안 좋은 진단이 디스크라 생각했습니다. 증상이 비슷으로 오인되어 조기진단이 안된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 있는 질병이 있습니다.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영국의 한 60대 남성은 몇 주 동안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는 이 통증이 단순한 요통일 것이라 생각하며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았지만, 진단은 모두 허리 근육 문제. 퇴행성 디스크 문제로 결론지었습니다. 진통제와 물리치료만을 반복적으로 처방받으며,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고 통증은 허리를 넘어 복부, 사타구니, 다리까지 퍼졌습니다. 그는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까지 갔고, 복부에서는 박동이 느껴지는 혹까지 만져졌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정확한 진단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자기 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정확한 병명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64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진단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는 복부 대동맥류를 앓고 있었고, 대동맥의 직경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높은 11.5cm까지 확장되어 있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이 상태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매우 위중한 상황이었습니다.
복부 대동맥류가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척추와 대동맥 사이 간격이 종이 한 장 두께밖에 남지 않았으며, 반복적인 미세 파열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는 급히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이후 장 천공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 인공항문을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신경 손상, 다리 근육 위축, 복부 탈장 등의 후유증도 겪으며 일상생활이 매우 제한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만약 이 질환을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결과였습니다.
복부 대동맥류란 무엇인가 : 증상 없는 침묵의 질환
복부 대동맥류는 복부 내 주요 혈관인 대동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질환입니다. 대동맥은 신체에서 가장 큰 혈관 중 하나로, 심장에서 하체로 혈액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혈관 벽이 약해지거나 손상되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수 있으며, 일정 이상 확장되면 파열 위험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질환이 상당 부분 무증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대동맥류의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습니다. 드물게는 허리, 옆구리, 복부에 둔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복부에 박동이 느껴지는 혹이 만져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다른 질환과 쉽게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나 의료진 모두 놓치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복부 대동맥류는 일단 파열이 발생하면 매우 빠르게 진행되며, 응급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세계적으로 복부 대동맥류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약 15만 명에서 20만 명에 이르며, 고령의 남성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가족력 등도 중요한 위험 요인입니다. 65세 이상 남성 중 한 번도 흡연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 비해, 평생 흡연을 해온 사람은 이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몇 배 높습니다. 복부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급성 복통, 저혈압, 의식 저하 등 심각한 증상으로 빠르게 악화되며, 응급 상황에서 수술을 받더라도 생존율은 50% 정도로 낮은 수치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복부 대동맥류는 ‘침묵의 질환’으로 불릴 만합니다. 증상이 없는 만큼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손쓸 기회조차 없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사례에서 보듯이, 오진과 늦어진 진단이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통증의 원인을 단순화하여 판단하기보다는, 필요시 심층 검사를 통해 혈관 질환 여부를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고위험군은 반드시 조기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복부 대동맥류는 조기 발견만 된다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따라서 이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핵심은 선별 검진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단하고 빠르게 대동맥의 직경을 확인할 수 있으며, 방사선 노출도 없고 비용도 적어 부담 없이 시행할 수 있습니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위험군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남성, 현재 흡연 중이거나 과거에 흡연을 했던 사람,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 가족 중 복부 대동맥류 환자가 있었던 경우의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적어도 1~2년에 한 번씩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일정 나이 이상 남성에게 복부 초음파 검사를 국가 주도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NHS에서는 65세 남성을 대상으로 무료 선별검사를 제공하며, 발견 시 경과 관찰 또는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복부 대동맥류는 치료 시기가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직경이 5.5cm를 초과하면 수술이 권장됩니다. 수술 방식은 개복수술 또는 스텐트 삽입술(내부에서 혈관을 보강하는 방식)로 구분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으면 생존율은 높지만, 파열 후 수술을 받게 되면 예후는 매우 나쁩니다. 앞서 영국 남성의 사례처럼 진단이 지연되거나 증상이 심해진 후 병원을 찾는다면 이미 수술조차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또 복부 대동맥류는 파열 이전에도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혈전 생성, 인접 장기 압박, 신경 압박 등으로 인해 복통, 장 천공, 다리 통증, 감각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초기 증상을 무시하지 말고, 건강검진 시 정밀 검사를 요청하거나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진을 받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조기 진단이 곧 생명을 구하는 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허리 통증은 중장년층에서 흔히 겪는 증상이지만, 이를 단순한 근육통이나 디스크 문제로 넘기기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복부 대동맥류처럼 무증상으로 진행되다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질환도 있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지속되거나 통증 양상이 비정상적일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번에 소개된 사례는 하나의 경고일 뿐, 같은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복부초음파를 받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조기 검진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입니다. 허리 통증을 포함한 모든 신체 신호에 귀 기울이며, 예방 가능한 질환은 미리 대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