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1일은 전 세계적으로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로 지정된 날입니다. 이날은 대륙과 바다를 넘나드는 철새들의 생태적 가치와 이동의 신비로움을 알리고,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국제 환경 기념일입니다. 세계 철새의 날은 매년 봄과 가을, 즉 철새의 이동 시기에 맞춰 두 차례 개최되며, 2025년 가을 행사는 ‘물은 생명의 연결고리(Water: Sustaining Bird Life)’라는 주제로 열립니다.
철새는 단순히 이동하는 새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존재입니다. 그들의 비행은 기후, 먹이사슬, 서식지의 건강성을 반영하며, 인류의 환경문제와 직결됩니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 습지 매립, 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많은 철새 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세계철새의 날은 이러한 위기를 막고,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행동의 날입니다.
1. 세계 철새의 날의 역사와 의미
세계 철새의 날은 2006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멸종위기 이동성 야생동물 보전협약(CMS)에 의해 공식 제정되었습니다. 이 협약은 지구의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들이 단일 국가의 보호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 간 협력, 이동경로 보존, 습지 보호, 대중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후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매년 이 날을 기념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학교, 박물관, 국립공원 등이 참여하여 생태 체험, 조류 관찰, 쓰레기 수거 캠페인 등을 진행합니다. 특히 동아시아-호주 철새 이동경로(EAAF) 회원국들은 공동 연구와 서식지 복원을 위한 국제 협약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그리고 지자체들이 함께 세계 철새의 날을 기념합니다. 순천만, 우포늪, 금강하구, 강화도 갯벌 등은 철새 보호의 중심지로 꼽히며, 매년 수천 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생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한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는 의미 있는 날입니다.
2. 2025년 주제 – “물은 생명의 연결고리(Water: Sustaining Bird Life)”
2025년 세계 철새의 날 주제는 “물은 생명의 연결고리(Water: Sustaining Bird Life)”입니다. 이는 철새의 생존과 물의 관계를 조명하는 것으로, 지구 생태계가 얼마나 섬세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철새는 번식지에서 월동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강, 호수, 습지, 해안 등 다양한 수생 생태계를 거칩니다. 즉, 물이 사라지면 철새의 생존도 불가능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담수 생태계의 35% 이상이 이미 손실되었으며, 이는 철새 개체수 감소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간척사업, 농업용수 개발, 산업 폐수 등으로 인해 철새의 주요 서식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서해안 갯벌은 예전에는 수백만 마리의 도요새와 저어새가 찾던 생명의 터전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갯벌을 포함한 습지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물은 생명의 연결고리’라는 주제는 결국 인류가 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지구의 생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이자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3. 철새의 이동경로와 생태학적 가치
철새는 매년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대표적인 철새 이동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동아시아-호주 이동경로 (EAAF)
- 아프리카-유라시아 이동경로
- 미주 이동경로
- 중앙아시아 이동경로
이 중 동아시아-호주 이동경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22개국이 포함된 국제적 생태 루트입니다. 한국의 서해안 갯벌, 순천만, 낙동강 하구, 제주 하논습지 등은 이 경로상의 핵심 기착지로, 국제조류보전연맹(BirdLife International)에서도 보호 우선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철새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생태계 건강의 바로미터입니다. 그들의 이동 패턴은 지구의 기후 변화, 식생 상태, 수질 오염 정도를 반영합니다. 즉, 철새가 줄어든다는 것은 인간의 생활환경 역시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등은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한국은 그들의 마지막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새들을 지키는 일은 곧 지구 생태계 전체를 지키는 일과 같습니다.
4. 철새 보호를 위한 국제 및 국내 활동
세계 각국은 철새 보호를 위해 다양한 국제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UN환경계획은 ‘Flyways Initiative’를 운영하며, 각 이동경로별 보호조치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아시아-호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은 회원국 간 정보 공유와 정책 협력을 통해 서식지 보전을 추진합니다.
한국은 2024년 기준 EAAFP 의장국으로 활동하며, 국내 보호구역을 확대 지정했습니다. 순천만, 우포늪, 강화 갯벌, 서천 금강하구, 인천 송도 습지 등은 국제철새도래지로 인증받았습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불법 포획 단속, 습지 복원, 탐조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또한 환경부는 AI기반 드론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여 철새의 이동 경로와 개체 수를 실시간 추적 중입니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철새 관찰 시민 모니터링단’도 운영되며, 수집된 데이터는 연구와 정책 수립에 활용됩니다.
5. 시민이 함께하는 철새 보호 실천법
철새 보호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만으로도 그들의 생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입니다:
- 플라스틱 줄이기 : 해양 쓰레기의 80%가 철새 서식지로 유입됩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철새 보호의 시작입니다.
- 쓰레기 없는 습지 방문 : 탐조 여행이나 생태공원 방문 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먹이 주기 등의 행위를 자제해야 합니다.
- 시민 과학 프로젝트 참여 : eBird, 환경부 생태지식정보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관찰한 철새 데이터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 철새 관련 교육 및 캠페인 참여 : 지역 환경단체나 학교,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세요.
- 물 절약 습관 실천 : 깨끗한 물이 곧 서식지를 지키는 길입니다. 생활 속 절수는 철새를 보호하는 행동입니다.
6. 철새는 지구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철새는 인간의 국경을 넘습니다. 그들은 바다와 하늘을 가로지르며 지구의 순환과 생명의 연결성을 보여줍니다. 2025년 10월 11일 세계 철새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인류가 자연과 다시 관계를 회복해야 함을 일깨우는 날입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거창한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작지만 꾸준한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한 사람의 관심이 한 마리의 생명을 지킬 수 있고, 그 생명이 다시 지구를 살립니다. 철새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하늘을 나는 생명의 동반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당신이 버린 플라스틱 한 조각이 그들의 날개를 묶고, 당신이 아낀 한 방울의 물이 그들의 생명을 지킨다.” 2025년 세계 철새의 날, 지구와 생명을 위한 행동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